안녕하세요. 식품공학에서 빠질 수 없는 과목은 바로 물성학인데요. 물성학이 공식도 많고 외우면서 공부하려 하니 많이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번 포스팅을 시작으로 해서 물성학에 대하여 글을 쓰려고 합니다. 해당 포스팅에서는 물성학의 중요성과 물성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하는 분자 크기와 형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목차
물성학의 중요성
1) 맛에 대한 영향
물성은 식품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성만 달라져도 식품은 완전히 다른 식품처럼 되어버립니다. 예를 들어, 끓인 라면의 시간이 많이 지나 완전히 불어터진 라면이 되면 기존의 라면과 모든 맛과 영양성분은 그대로고 물성만 달라졌는데도 해당 음시에 대한 선호도는 완전히 달라져버립니다. 라면 외에도 설익은 밥, 흐물흐물해진 과자, 너무 오래 익혀 질겨진 스테이크 등 물성이 망가지면 생각보다 맛의 많은 부분이 망가지게됩니다. 이처럼 물성은 식품의 다양성과 기호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2) 식품의 본질 이해
물성은 위에서 본 것처럼 맛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물성에 대해 공부하면 식품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에도 좋습니다. 식품의 98퍼센트 정도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물 이렇게 4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식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4가지 성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물성이 식품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수비드(Sous-vide) 조리법은 요리와 과학의 만남이라고도 하는데 물성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수비드는 밀봉된 봉지에 재료를 넣고 정확히 계산된 낮고 일정한 온도의 물로 천천히 가열하는 조리법입니다. 이 온도와 시간 설정에는 과학적 원리가 있습니다. 쇠고기의 근육 단백질인 미오신은 약 50도에서 변성되고 액틴은 약 65.5도에서 변성됩니다. 또한, 대부분의 식중독 균은 55도에서 죽고 맛과 향을 더해주는 메일라드 반응(갈변반응)은 60도 이상에서 잘 일어납니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에 기초하여 부드러운 스테이크를 만들려면 미오신은 변성되면서 액틴은 변성되지 않는 50~65.5도 사이에서 가열하면 됩니다. 여기에 식중독균을 고려하여 55도를 넘겨야 하고 온도가 높을수록 가열 시간을 줄일 수 있으므로 60-65도 사이에서 가열하면 안전하면서도 아주 부드럽게 익혀진 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물질은 온도가 올라가면 부드러워지거나 녹아버리지만 왜 달걀은 익으면 굳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이는 일반적인 자연 현상과는 너무나 다른 현상이자만 달걀뿐 아니라 고기(단백질)도, 전분(탄수화물)도 그렇습니다. 이는 실뭉치처럼 둘둘 말려있던(Folding) 단백질이 길게 풀리는(unfolding) 현상에 의해 일어납니다. 길게 풀린 단백질은 주변의 단백질이나 다른 분자들과 결합하고 엉켜서 점도가 높아지거나 단단한 겔로 굳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물성은 식품의 맛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 식품의 선호도를 결정짓기도 하며, 물성학에 대한 이해는 식품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물성학에 대한 공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분자의 크기
물성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서는 분자의 크기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합니다.
1) 유화
예를 들어, 식품을 만들 때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물질을 혼합하기 위해 유화제를 사용하는데 이 때에도 분자의 크기를 알면 유화에 대한 이해도 수월해집니다. 유화(乳化)란 ‘젖 유’에 ‘될 화’ 한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말 그대로 우유처럼 만든다는 의미이고 우유에서 하얗게 보이는 지방구는 1-10um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유화제는 지방산에 친수성을 가지는 분자가 붙은 것이기 때문에 길이가 0.002um (2nm) 정도라고 합니다. 따라서, 지방구의 크기에 비해 유화제는 너무나 작은 크기라 유화제를 이용해 유화하는 것이 식품 제조에서 까다로운 편입니다. 또한, 지방구와 유화제의 크기를 알면 원하는 부피를 유화시키는 데에 필요한 유화제 양을 계산할 수 있어 식품 제조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향기
유화 외에 분자의 크기와 관련된 예로 음식의 향기가 있습니다. 혀로 느끼는 미각은 고작 5종류 뿐이고 우리가 느끼는 음식의 다양한 맛은 전적으로 향에 의한 것입니다. 이러한 향기 물질의 자격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결정적인 요소는 분자의 크기입니다. 향기 분자를 코로 느끼기 위해서는 휘발성이 있어야 하며 따라서 무조건 크기가 1nm 이하이며 분자량은 300 이하인 작은 분자여야합니다.
3) 각종 분자의 크기
따라서 분자의 크기에 대해 아는 것은 중요하지만 모든 분자의 크기는 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개별 분자와 고분자, 그리고 세포의 크기 범위 정도만 알아두어도 도움이 됩니다. 개별 분자는 1nm 전후이며, 단백질, 전분 등과 같은 고분자는 10nm 전후, 세균은 1um, 진핵세포는 20um, 물성에서 혀로 입자감을 느낄 수 있는 크기는 20 um 입니다.
이러한 크기에 대해 알게되면 음식을 저작할 때 맛을 느끼는 과정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입으로 음식물을 씹는 것은 음식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목적인데 크기가 줄어들면 중량 대비 표면적 비율이 늘어나 향이나 맛 성분을 느낄 확률도 증가하게 됩니다. 아까 물성학의 필요성에서 예로 들었던 유화에서도 결국 크기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 됩니다. 지방구의 크기가 작아지면 표면적이 넓어져 많은 양의 유화제가 필요하지만 액적의 침강이나 상승 속도가 느려져 안정화되게 됩니다.
분자의 길이
분자의 크기에 이어서 분자의 길이에 대한 영향을 살펴보면, 식품은 동일한 분자가 길게 이어진 형태가 많습니다. 동일한 구조의 분자가 늘어져 있기 때문에 분자의 길이에 비례하여 서로 결합하는 힘이 커집니다. 따라서, 분자의 길이가 길면 잘 녹거나 끓지 않습니다. 즉, 녹는점과 끓는 점이 높아지게 됩니다. 길이 외에도 형태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1) 지방
불포화지방과 포화지방의 형태를 보면, 동일한 길이의 지방이어도 불포화지방은 꺾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포화지방에 비하여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합니다. 불포화지방은 꺾인 형태에 의해 서로 결합하기 힘든 반면 포화지방은 쭉 뻗은 직선형을 가지고 있어 길이가 길어질수록 서로 결합하는 힘이 커서 분자 사이를 떼어 놓으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녹는온도와 끓는 온도가 높습니다.
2) 탄수화물
지방을 살펴봤으니, 다음은 탄수화물에 대해 보겠습니다. 탄수화물은 포도당이 모여 만들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포도당이 스프링 형태로 넓게 연결되면 전분이고, 빈틈 없이 직선형으로 연결된 것이 셀룰로스 또는 식이섬유입니다. 당류의 결합으로 구성된 탄수화물의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우리는 몇 개의 분자가 결합했는지를 나타내는 DP (Degree of Polymerization : 중합도=길이), 형태의 특성을 나타내는 DS(Degree of Substitution : 치환도)를 지표로 사용합니다.
- DP(Degree of Polymerization : 중합도)는 chain length를 나타내며 DP가 높으면 고점도를 가지고, 수화속도가 느리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반면에 DP가 낮으면 저점도를 가지며 수화속도가 빠릅니다.
- DS(Degree of Substitution : 치환도)는 Side chain per unit을 나타내며 DS가 높으면 잔기가 균일하게 분포하고 수화가 빨라 증점현상을 나타내며, 반대로 DS가 낮으면 잔기가 불균일하게 분포하며 수화가 느려 겔 형성을 하게 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물성학의 중요성과 물성학의 기본이 되는 분자의 크기와 길이가 주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하여 분자에 대한 다른 특성과 이와 관련된 물성학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